하루하루

나혼자 속초 여행을 결심하게 된 전말

면자 2022. 3. 6. 19:25

 

지난 2월의 시작엔 설 연휴가 있었다.

어떻게든 여행을 가고싶었다.
서울에서도 가끔 맛집을 찾아가고 친구들과 긴 바깥 시간을 보내면 여행못지않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는데, 뭔가가 부족했다.  짧은 시간 때문일지 부족한 낯설음 때문인지. 사람은 항상 지금 가지지 못한것을 원하고 이것을 욕망이라고 한다는데, 내게 현재 없는 것들이 뭘지 생각해보자면, 먼저 내게 있는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편히 잘수 있는집, 익숙한 인간관계, 더 새로울 것 없는 직장, 꽤 오래된 취미생활, 손가락 까딱 만으로  먹을 수 있는 수많은 맛집들. 이렇게 쓰니까 다 가진 것 같은데, 끊임없이 여행을 그리워하는 심리는 무엇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낯섦, 새로움. 아름다운 낯선 것을 빠르게 인식하면서 내 기억으로 만드는 그 순간순간들.


짧지않은 설 연휴 예년 같으면 지구반대편으로 떠날 꿍꿍이를 반년전부터 계획했겠지만…
제주도를 고민하다가 속초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난번 짧게 혼자 제주를 갔다온 후에 친구의 왜 '제주도'에 가냐는 물음에 접근성과 맛있는 것, 좋은 숙소, 자연이 좋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아… 그러고보면 꼭 제주도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언제가도 좋은 제주도. 결국은 또 찾게 되는데...


유럽의 게스트하우스 바이브가 그리웠다. 의외로 후기 좋은 게하가 많은 속초에 꽂혀 덜컥 예약해두고 몇날 몇밤을 걱정과 망설임에 잠들기전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다. 게하 느낌이 그립고 돈을 아끼고 싶지만 공용공간의 불편함은 못참겠는 짠돌력 욜로력 공존하는 개미라 호텔식 게스트하우스 특실을 예약했지만 시내중심 위치라  오션뷰는 없었는데, 보다보니 가성비 좋은 오션뷰 에어비앤비도 많았던것,,,, 하지만 이미 환불은 거의 불가능한 예약상태라 바다는 카페에서 보는걸로 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리운 포르투의 게스트하우스 내부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과 오를만한 오름들이 천지빼까리고 맛집도 넘쳐나(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되었)지만, 속초는 리조트 잡고 일박으로 몇번 가본것이 다이고, 한겨울 날씨에 해수욕장은 오분컷이라는 생각에 갈곳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들었지만, 찾아보니 한그릇 뚝딱할만한 맛집과 최근들어 생겨난 힙한 카페들도 왕왕 있는 것이었다. 사람 바글바글한 칠성조선소는 예전에 가보았지만, 또 골목골목 고유 감성을 가진 카페들 찾는 것도 내 여행의 작은 목표이자 즐거움이기에.

속초를 선택한 이유엔 멋진 요가원이 있는것도 한몫했다.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 여행지에서 요가원을 꼭 찾아보고, 요가하는 것을 목표로 여행을 결심하기도 하는데 예전부터 찜해두었던 통창의 뷰가 탁트인 요가원을 지도에서 확인하고는 근처의 숙소를 예약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설 다음날, 배낭하나 보따리 하나 들고 훌쩍 떠났다.

물론 잊을수 없는 괜찮은 여행이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들고 오게 되는데...  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