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의 꽤 편안한 하루하루.
많은 곳을 갔고 오래된것 같은데 집 나온지 고작 한달, 30일이 지났다.
가장 아쉬운 점은 내 동친냥이, 시골냥이를 보고싶다는 것과 순대국과 마라탕이 그립다는것.
내일은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까 싶다.
안티구아엔 다행히 모든 식당이 아름답고(싸지는 않음) 적당히 맛있지만,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조금 행복하게도 귀찮다.
이제 약간 타코는 그만 먹고 싶네... 키친이 있는 다음 숙소가 기대된다.


9월의 과테말라 행을 결정하면서 날씨에 대한 우려에 구글링을 많이 했었다.
그때는 우기라 관광객이 적고 붐비지 않아 좋지만, 우기인데다
카리브해 지역에 허리케인이 자주 올라오는 시기라서 최적의 계절은 아니라는 설명이 많았다.
걱정이 안된건 아니었지만 일정을 바꾸긴 어려웠다.
9월 초인 지금 이곳의 날씨는 매 시시각각 나름대로 아름답다.
아침엔 쌀쌀하지만 오전까지는 맑고 뜨거운 해가 뜬다. 한국에서 귀한 화창한 초가을처럼.



하늘 높게 올라간 차가운 공기가 냉각되는 오후에는
어느순간 갑자기 토독토독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언제 그렇게 화창했냐는 듯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매일 오후에 내리는 비는 적게는 한두시간 내리다 그치고, 많게는 오후 내내 쏟아진다.



여섯시쯤 해가 내려가면 날씨는 다시 개어
높다란 화산과 거대한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한 주홍색 노을이 내린다.
귀가하는 듯한 교복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화려한 노랑의 일명 치킨버스를 기다리고,
돌길에서 속도가 느린 차들과 버스들이 바쁘게 오가는 풍경 뒤로 점점 어둠이 깔린다.


나는 오전에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나면 점심을 먹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숙제를 하고
조금 돌아다니다 비가오기 시작하면 방에 돌아오곤 했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만큼 대낮에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사방에서 빗소리가 들리는 처마 밑의 방 침대에 기대고 있노라면 창문이 없어도 아늑하고 편안하다.

가끔은호스트 아줌마 루시가 차나 간식을 권하면(사실 매일 권하지만 가끔 먹음)
아줌마,할머니와 같이 마당 식탁에 둘러앉아 쿠키와 차를 마시며
서로에게 부족한 언어와 구글번역기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먹고싶고 냄새나는 멍멍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들.(70%는 개이야기)
지나고 나면 다시 못 올 시간이겠지.



여름 도시들을 지나오며 로컬 모기들에게 하루에 한 방이상 물리고 있는 것 같은 내 다리..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모기가 시들시들해서 다행이다.
아무 생각 없기를 잘하는 나지만 씻고 나서 침대에 누워 글쓰는 지금 어쨌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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