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과테말라 '23

과테말라에 머물며 느끼는 것들 | 과테말라 한달살기

면자 2023. 9. 15. 08:50

어딜가나 집처럼 어쩌면 집보다 더 편하게 바로 적응한다는 것이 나의 장점임을 더 선명히 깨닫고 있다.
평생 안먹는 호박/콩/팥을 외국에서는 잘 먹는다.
콩, 팥을 양파와 함께 갈아 볶으면 콩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 괜찮은 크림이 된다는 것을..
과테말라 가정식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마트에 쌓여있는 콩 소스? 검은콩과 붉은콩이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양파를 같이 넣어 볶는거더라고.. 한국의 순창쌈장같이 흔한 듯.

 

물가에 눈물훔치던 미국 뉴욕에서부터 과테말라의 시장 하나 없는 작은 마을까지 오는 동안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잘 쳐묵고 살아왔는지 이다.
도시에서 손가락만 까딱이면(결제하면) 문앞으로 갖다주는 수많은 음식들과 넘쳐나는 공산품들. 
과테말라 선생님들은 공책의 한 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미국에서 너무 비싼 물가와 20%씩 쳐 받는 팁 때문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나를 위한 사치품을 하나 사는 것보단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 해 준 사람에 대해 진정한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팁을 주는 게 더 의미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는지 또 그동안 여행 하면서 얼마나 헤프게 써 왔는지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호스텔이나 카우치 서핑을 전전하며 숙소를 해결하고 시장에서만 밥을 먹는 것을 보며 생각하고 있다.
반면 나는 US 달러인 가격을 잘못본거긴 했지만 한 끼에 오만원 짜리 쳐먹고.. 맛있긴했지만 멍청했다.
 
가장 힘든 점은  현재의 여행지에서의 마음에 따라 다음 여행지를 정하고 싶은데.
입국 심사나 가성비 숙소를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그 이전에 정해버리게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정을 여유있게 잡았지만, 남아있는 친구들을 두고 떠나게 된다는게 이렇게 아쉬울줄은 몰랐지.
 

친구들와 adios 인사를 하며 갔던 카페 @rooftop Antigua


여전히 할 게 많다.
경치도 구경하고 맛집도 찾아가고 책도 보고 블로그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다음 여행지도 정해야하고 교통편과 숙소도 알아봐야하고 카드값도 확인해야하고 환전도 카톡도 인스타 고양이도 봐야한단말이지
 
뉴욕은 빌딩 틈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디씨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가로수
엘에이도 너른 언덕길과 야자수
안티구아에서는 어디서든 아구아 화산의 구름모자가 보인다.
연이은 여행을 하며 빠른 속도로 새로운 페이지가 머릿속에 쌓인다.
 

안티구아 센트럴 파크와 근처의 풍경. 자동차 택시가 파랗고 미니미하다.


너무. 잘 살려고 하지 않아야지..
도시가 조금 보고싶지만 단순하고 아름다운 시골이 좋다.
이제껏 꿈꿔왔던 대로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 지금에 충실해야겠다.


아티틀란 호수 에어비앤비. 하루종일 여기에만 있어도 좋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