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과테말라 '23

운명의 아카테낭고 화산 트래킹의 시작 | 비용과 준비 | 과테말라 여행

면자 2023. 10. 4. 01:11

같은 어학원에서 만난 데이빗 따라 휘적휘적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무료 살사 클래스에 갔던게 시작이었다.

아카테낭고 트래킹이 유명하다는 것은 안티구아에 도착 한 직후부터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올라가는데만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1박을 한다는 것은 더 이상 22살이 아닌 나에게 굳이 도전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고, 지난주에 다녀온 왕복 3시간가량의 파카야 화산 트래킹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던 중이었다.
 

파카야 화산트래킹은 천천히 올라가는 데 한시간 반이면 충분!
화산 지반열에 마쉬맬로도 구워먹고
제주도 같은 현무암. 제주도도 옛날엔 이렇게 연기가 낫겠지?


 
살사 수업에서 만난 애들(절반이 동갑이었던 게 친근함을 더했다)은 돌아오는 주말에 아카테낭고 트래킹을 계획 중이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같이 가자고 유쾌하게 나를 설득해 댔고, 맥주를 마시던 자리에서 나는 운명의 동전 던지기를 해버렸는데, 간다:안 간다=얼굴:숫자의 50:50 운명의 갈림길에서 얼굴 면이 나와버렸던 것이었다. 나의 쿼터 께찰(과테말라 화폐) 동전은 그 자리에서 촛농과 함께 테이블에 박제되었고, 누군가 제안한 그 동전 던지기가 아니었다면, 그 주말 나는 그냥 숙소에서 멍냥이들과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 이거 아니어도 지난 여행을 돌이켜 보면 누군가 꼬셔대면 처음엔 빼다가도 결국 제일 잘하는 거 같은 나.. )
 

운명의 시작이었던 펍에서 ✨


 
투어 비용은 구글링 해서 나오는 사이트에서 보면 1박 2일에 3끼 식사, 장비대여(겨울 재킷, 장갑 등) 캐빈 숙박까지 거의 90-100달러 정도, 로컬 여행사에서 보면 40-50달러 정도로 다양했다.
포함되는 사항은 동일한데 투어사이트의 차이는 아마 가이드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인인 친구들 덕분에 다섯 명의 투어를 인당 250 께찰(약 32달러)에 흥정할 수 있었다. 
 

예약 후 받은 바우처. 이제 빼박


여행사에서 겨울 자켓을 빌려준다고는 했지만 추위를 많이 타고 거의 여름옷밖에 없었던 나는
전날 시내를 돌아다니다 빈티지샵에서 도톰한 플리스티셔츠를 장만했다.
검색 결과 캠프는 밤에 겁나 춥다해서 얇은 옷 여러개와 최소한의 준비물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춥고 피곤하고 씻을 수도 없어서 옷 외에는 거의 필요가 없었지만..


아카테낭고 화산의 베이스캠프는 해발 3600m 정도로, 몇 년 전 남미여행에서 고산증을 겪기 시작했단 볼리비아의 라파즈와 비슷한 고도였다. 5시간의 등산과 더불어 과거에 겪은 최악의 숙취와 같았던 고산증에 대한 걱정에 나는 걱정과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는 그냥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진짜로 죽지는 않겠지.. 어차피 내 미래는 회사에 출근해서 더 괴로워하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 따위로 전날밤을 보냈다.
 

트래킹 시작지점. 여기서 스틱을 빌리고 본격적인 채비를 했다.
초입의 휴게소. 마지막 도시 화장실? 이 있는 곳이었다




-계속